[VC insight] 이승우 데브시스터즈벤처스 상무

"초고가 유전자치료제 ‘그림의 떡’… 미국 상원, 해법찾기 나섰다” (더바이오, 2023.12.08)
“FDA, 美첫 유전자가위 약 ‘카스게비’ 허가… 英이어 두번째” (더바이오, 2023.12.09)
2020년 노벨 화학상은 미국의 제니퍼 다우드나와 프랑스의 에마뉘엘 샤르팡티에가 수상했다. 지금은 전세계 모든 바이오 관련 연구실에서 사용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크리스퍼 카스나인(CRISPR-cas9)의 발견의 업적을 기반으로 노벨상의 영예를 얻은 것이다.
스티브 잡스, 일론 머스크 등의 전기 작가로 유명한 월터 아이작슨이 쓴 ‘The Code Breaker’에서는 유전자 편집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한 전 세계 연구진과 산업계의 엄청난 노력이 박진감 넘치게 묘사되었다. 점점 더 정보의 전파 속도가 빨라지고 협업이 많아지는 현대 과학의 특성상 누군가를 특정 짓는 노벨상의 수상자 선정이 어려워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노벨상 수상자 중 한 명인 샤르팡티에 교수가 설립한 크리스퍼 테라퓨틱스(CRISPR Therapeutics, CRSP(NASDAQ))가 미국 제약사 버텍스 파마슈티컬스 (Vertex Pharmaceuticals, VRTX(NASDAQ))와 공동개발한 유전자 가위 치료제 ‘카스게비(Casgevy)’가 8일(현지시간) FDA로부터 겸상적혈구질환(SCD, Sickle-cell Disease) 치료체로 승인받았다.
겸상적혈구질환은 11번 염색체 상에 존재하는 헤모글로빈 유전자 염기서열 1개가 바뀌어 발생하는 상염색체 중간 유전되는 질환이다. 적혈구 모양이 낫모양으로 변하며 산소 운반 능력이 떨어져 만성 빈혈을 겪어야 하고, 해당 모양의 적혈구가 혈관을 막아 혀혈증세를 온몸 각 부위에 일으킨다.
진화론적으로 보면 말라리아가 창궐하는 아프리카 지역에서 말라리아에 감염시 말라리아 원충이적혈구 속의 헤모글로빈을 먹어치우며 적혈구를 파괴하여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지만, 겸상적혈구를 가진 사람의 경우 말라리아 원충이 혈구내로 들어가더라도 대사 장애를 통해 생존을 못해 말라리아 증상이 상대적으로 약하게 지나가게 된다.
그래서 대부분의 겸상적혈구질환을 가진 인종은 아프리카 쪽의 흑인들이 다수이며, 미국에서도 스포츠, 연예계의 유명인들도 해당 질환을 보유하여 보존적 치료를 하며 살아가고 있다.
단일 염기서열의 변이로 인해 일어나다 보니 유전자가위를 통한 치료적 접근이 가장 쉬운 질환으로 주목받으며 여러 연구그룹에서 접근했다. 유전자가위가 가진 안정성, 윤리성 등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느라 연구 및 합의가 이뤄지며 마침내 2023년에 승인이 이뤄지게 되었다.
이미 ‘카스게비’의 경우 1회 투여 시 약 100만달러 이상의 가격이 산정될 것이고, 이런 높은 가격은 일부 부유한 환자들에게는 희망으로 다가올지 모르지만, 대다수의 평범한 삶을 가진 환자들에게는 또 다른 좌절을 느끼게 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미국에서는 발빠르게 이렇게 최신 기술을 기반으로 혁신 치료제가 어떻게 도입이 돼야 기술 혁신을 지속하면서도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받을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였다. 우리도 이런 혁신신약에 대한 개발을 독려하는데 그치지 말고 어떻게 그런 결실을 지속 가능하게 누릴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봐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