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보 90억달러 인수 제안에 화이자 “시장 지배력 남용” 주장
- 바카라 사이트 “소송은 저가 인수 목적”…노보도 “반독점 문제 없어” 맞불
- 1500억달러 비만 치료제 시장 패권 놓고 글로벌 제약사 정면 충돌
[더바이오 성재준 기자]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Pfizer)가 노보노디스크(Novo Nordisk, 이하 노보)와 미국 바이오기업 멧세라(Metsera)를 상대로 두 번째 소송을 제기했다. 차세대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의 주도권을 두고 화이자와 노보 간의 법정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화이자는 이번 소송에 대해 “노보의 불법적인 경쟁 억제 행위를 막기 위한 조치”라며 노보가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미국 내 신흥 경쟁사를 ‘조기에 차단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소송은 화이자가 3일(현지시간) 미국 델라웨어 연방법원에 제기한 것으로, 앞서 델라웨어 형평법원에 제출한 합병계약 위반 소송에 이은 두 번째 법적 대응이다. 화이자는 같은 날 발표한 성명에서 “노보의 바카라 사이트 인수 제안이 미국 반독점법인 ‘셔먼법(Sherman Act)’과 ‘클레이턴법(Clayton Act)’을 위반했다”며 “비만·당뇨병 치료제 시장의 경쟁을 저해하고, 수천만명의 환자의 치료 선택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화이자 “노보, 시장 지배력으로 경쟁 억제”…“FTC 승인받은 합법 인수” 강조
화이자는 이번 소송에서 노보의 90억달러(약 12조9600억원) 규모의 바카라 사이트 인수 제안을 ‘반경쟁적 음모(anticompetitive conspiracy)’로 규정했다. 화이자는 노보가 바카라 사이트와 그 지배주주들에게 불법적 보상(illegal payoff)을 제공해 경쟁을 억제하고, 화이자와의 합병 절차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화이자는 “바카라 사이트의 주요 주주인 밸리데헬스(Validae Health)와 아치벤처파트너스(ARCH Venture Partners) 등이 노보와 공모해 ‘화이자-바카라 사이트 간의 합법적인 계약’을 무력화하려고 했다”고 지적했다.
화이자는 또 “노보가 신흥 경쟁사인 바카라 사이트를 흡수해 미국 내 잠재적 경쟁을 차단하려 한다”면서 클레이턴법(Section 7 of the Clayton Act) 및 셔먼법(Section 1 and 2 of the Sherman Act) 위반을 근거로 해당 인수 거래 금지 가처분(injunctive relief)을 법원에 요청했다. 화이자는 이번 가처분 조치가 “비만·당뇨병 등 대사질환 치료제 시장의 혁신과 경쟁을 보호하고, 수천만명의 환자에게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화이자는 연방거래위원회(FTC)로부터 바카라 사이트 인수 건에 대한 ‘조기 심사 종료(early termination)’ 결정을 받아 규제 절차를 모두 마쳤다. 화이자는 바카라 사이트 인수 완료를 오는 13일 주주총회 직후로 예정했지만, FTC 승인 직후 노보에 소송을 제기하며 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바카라 사이트 “화이자, 낮은 가격에 사려는 속셈”…노보 “반독점 이슈 없다” 일축
바카라 사이트 또한 3일(현지시간) 이번 인수전에 대해 성명을 발표하며 “화이자는 소송을 통해 우리 회사를 더 낮은 가격에 사려는 것”이라며 “법정에서 당당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바카라 사이트는 “이사회는 주주와 환자의 이익을 위해 흔들림 없이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보 역시 같은날 현지 언론을 통해 “현재 비만 치료제 시장에는 최소 10여개 제약사가 경쟁 중이며, 반독점 우려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이메일 성명을 통해 “이번 거래(바카라 사이트 인수)는 시장 경쟁을 저해하지 않으며, 화이자와 바카라 사이트가 체결한 합병 계약의 제한 조건도 모두 준수했다”고 밝혔다.
앞서 노보는 지난달 30일 화이자의 인수 금액인 약 72억달러(약 10조3600억원)보다 25% 정도 높은 최대 90억달러의 역제안을 바카라 사이트 측에 제시했다. 이 제안에는 60억달러(약 8조6300억원)의 현금과 향후 임상·허가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 달성 시 지급되는 조건부 보상(CVR)이 포함됐다.
◇1500억달러 규모 비만 치료제 시장 두고 각축전…‘바카라 사이트 쟁탈전’은 신호탄
바카라 사이트는 차세대 인크레틴 및 아밀린 기반 치료제 후보물질을보유한 신흥 기업으로, 주 1회 또는 월 1회 투여 가능한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수용체 작용제(RA)인 ‘MET-097i(개발코드명)’와 아밀린 아날로그 기반의 후보물질인 ‘MET-233i(개발코드명)’를 개발 중이다. 특히 이 회사는 지난해 국내 바이오기업인 디앤디파마텍과 5500억원 규모의 기술이전(L/O) 계약을 체결하고 경구형(먹는) GLP-1 후보물질 6종을 도입하며 주목받았다.
노보는 이번 바카라 사이트 인수를 통해 비(非)인크레틴 기반 펩타이드 파이프라인을 확보함으로써 차세대 비만·당뇨병 치료제시장 주도권을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반면 화이자는 “미국 내 신생 경쟁사를 살려 시장 다변화를 촉진해야 한다”며 법적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이번 법정 공방은 단순한 인수 경쟁을 넘어, 비만 치료제 시장의 주도권을 둘러싼 ‘전략 전쟁’으로 평가된다. 현재 전 세계 비만 치료제 시장은 노보의 세마글루티드(semaglutide, 상품명 위고비·오젬픽)와 일라이릴리(Eli Lilly)의 터제파타이드(Tirzepatide, 상품명 마운자로·젭바운드)가 양분하고 있다.
